지난달 28일 국내서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에 방역 당국이 비상이다. 크기 3.5㎜에 불과하지만, 몸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지녔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여왕개미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추가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개미박사 김병진 교수, “또 다른 군락 가능성” 제기
첫 발견 부산항 군락 여왕개미 생존 여부 핵심 아냐
국내 유입시기 따라 공주개미들 퍼져나갔을 수도
붉은불개미 확산, 정착능력에 미국 등서 피해 커
전문방역팀 꾸려 부산항 밖 타 군락여부 조사해야
방역 열흘이 지나도록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자 정부는 ‘서거(逝去)’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여왕개미가 낳은 공주개미들이 수개미들과 ‘신접살림’을 차리러 최초 발견지점인 부산항을 벗어나는 ‘신혼비행’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미 제2, 3의 여왕개미가 국내 정착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국내 개미연구 권위자인 김병진(70·사진) 원광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에게 확산 가능성 등을 들어봤다.
Q : 여왕개미의 서거 가능성이 나온다.
A : 여왕개미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이상 단정은 이르다. 방역의 핵심은 확인된 군락의 여왕개미를 발견하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 군락(콜로니)의 여왕개미가 언제 국내로 들어왔는지다.
Q : 무슨 의미인가.
A : 올해 부산에서 여름을 지냈을 것으로 추정해보면 여왕개미가 낳은 ‘공주개미’들이 수개미들과 번식해 여러 군락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감만부두 군락은 국내 자연환경에 대한 붉은불개미의 안착 성공을 보여준다. 공주개미는 여왕개미처럼 날개가 있다. 상당한 거리의 비행능력이 있는 데다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만약 작년에 국내로 유입됐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Q : 신접살림을 차리러 부산항 밖으로 비행했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건가.
A : 개미는 신혼비행을 한다. 여왕개미와 수개미 사이에서 낳은 공주개미들은 교미를 하려 군락 밖으로 나온다. 대게 날이 따듯한 5~6월쯤이다. 공주개미가 페로몬(화학물질의 일종)을 분비하면, 수개미들이 흥분하고 공주개미를 따른다. 비행과정서 교미가 이뤄진다. 이후 또 다른 각각의 군락이 만들어진다. 여왕개미의 딸인 공주개미는 새로운 군락을 통솔하는 ‘여왕개미’가 된다.
Q :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경기도 의왕 등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조사결과를 근거로 부산항 외 타 지역 확산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A : 부두나 컨테이너 기지야 개방된 공간이라 불개미 확산여부를 정밀 조사하기 쉽겠지만 부산항 인근 야산에 군락을 이뤘다면 어떻게 찾을 것인가. 여왕개미 크기는 8~10㎜다. 더욱이 곧 날이 추워진다. 생존을 위해 수십미터 땅 속으로 들어가 산란할 것이다. 내년 봄 붉은불개미 활동시기가 되면 퍼져 나가는 것은 한 순간이다.
Q : 붉은불개미의 확산능력이 어느 정도인가.
A : 붉은불개미는 남미가 원산지다. 1930년 미국 화물선의 목재에 묻어 플로리다에 상륙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는 그 지역 개미의 3분의 2가 붉은불개미에 의해 사라져 버려 생태계에 교란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것은 물론 소 같은 가축을 공격해 눈을 멀게도 했다. 미(美) 방역당국 방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다.
Q : 국내 유입은 어떻게 이뤄진 것으로 보나.
A : 2004년 11월 중국 광둥(廣東)성 일대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 당시 광둥성 검역 당국은 대만에서 수입한 재활용 폐품에 묻어 들어왔다고 발표했다. 이후 홍콩으로 건너가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사람까지 무차별 공격했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박이나 항공기를 통해 국내에 상륙할 수 있다.
Q : 방역을 어떻게 해야 하나.
A : 붉은불개미는 대형 군락을 이룬다. 30만 개체가 될 때까지 성장하기도 한다. 몸에 치명적인 독도 갖고 있다. 공포의 살인개미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장 개미전문가가 투입된 전문 방역팀을 꾸려야 한다. 컨테이너의 이동지역 외에 부산항을 벗어난 확산가능 지역을 조사해야 한다.